키리바시 아침이다. 창고 같은 숙소에서 밖으로 나오니 곧바로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다. 바다만 보면 엄마의 품같이 느껴지는 나에게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잠시 촬영을 하고 숙소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불과 10여평 되는 그 작은 레스토랑에 외국인 두 명이 앉아 있고 AWMJ 팀도 자리를 잡고 있다. 아침에 먹는 블랙퍼스트, 탁자에 시리얼 봉투와 우유가 전부다.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니 달걀 후라이 하나가 3500원이다. 키리바시는 생산되는 농산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수입을 하기 때문에 모두 다 비쌀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시리얼 한 그릇에 우유를 붓고 먹는데 허전한 느낌이다. 그래서 달갈후라이 하나씩 먹자고 했다. 달걀 후라이가 오리알처럼 작은 모습에 또 놀랐다. 이렇게 덥고, 물가 비싸고, 30년 후면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나라, 인구 10만 명이 여러 섬에 흩어져 살고 있는 나라. 그럼에도 이 섬의 사람들은 외모가 평온하다. 이 같은 삶에 익숙해 있는 것 같다. 날씨 좋고, 환경 좋고, 농산물 풍성한 땅에 태어나서 부요를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 이곳을 취직이 어려운 젊은이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헬조선’이라고 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없다. 그런데 이 기막힌 환경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키리바시 사람들은 대체로 얼굴이 맑다. 웃음이 떠나지 않고, 할 일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도 그 얼굴에 웃음이 있다.

왜일까?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자족하는 마음은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의 미소가 있고, 3500원 짜리 후라이 하나에도 만족한 모습이지만, 욕심이 있을 때는 진수성찬 앞에서도 행복은 없다. 그래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족한 줄 알라 이것이 경건에 유익이니라”는 말씀이 딱 맞는다. 풍부에 처할 줄도 알고 빈곤에 처할 줄도 알고 나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고 고백한 바울이 참 행복한 사람이다.

2016년 11월 8일

키리바시 타라와에서

영해 신화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