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와 메떼오라 수도원

캄보디아.

세계인의 머리 속에는 킬링필드가 생각나게 하는 나라이다.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 시아누크공(Norodom Sihanouk Prince)을 주축으로 인민사회주의 연맹을 결성, 불교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건설을 시도하였다. 1970년 소련을 방문 중이던 시아누크는 심복 론롤 장군의 구테타로 실각하고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방랑자가 되었다.  미국의 비호 아래 론롤은 왕정 제도를 폐지하고 친왕파와 공산주의자들을 축성하였다. 1975년 4월 폴 포트에 의해 론롤이 실각되고 슬픈 캄보디아의 근대사가 기록되게 된다. 1975년 4월 12일 미군이 캄보디아에서 완전 철수를 하고 4월 17일 크메르 루즈군이 프놈펜에 입성, 급진적 혁명을 추진, 1976년 1월 5일 민주 캄푸치아(Democratic Kampuchea)를 선포, 새 헌법을 만들고 캄보디아를 노동자, 농민의 혁명 국가 건설을 선언하였다.

폴포트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극단적인 정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고 미국과의 외교 단절, 모든 산업의 국유화, 집단주의, 자급자족, 농업의 현대화, 산업기술 개발을 기치로 내걸고 국민들에게 도시를 떠나 대규모 농업 협동조합이나 산업체에 종사하도록 강요하였다. 폴포트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국민 소개 계획을 추진, 수도 프놈펜의 모든 시민을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때 학생들, 안경을 쓴 사람, 손이 부드러운 사람, 외국 서적이 있는 사람, 양담배를 피웠던 사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모두 처형을 하였다. 이 때 전국민의 1/3이 처형 당했다고 한다. 그 숫자는 대략 17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 총알이 아깝다고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물고문, 전기 고문 그리고 쇠고랑으로 채워 놓고 말려서 죽이는 수법, 어린 아이들은 나무에 때려 죽이고 공중에 던져 사냥하듯 총으로 쏘아 죽이는 등 짐승 만도 못한 살생을 진행한 것이다. 선교팀은 프놈펜에 도착, 교단 선교사들과의 만남을 갖고 킬링필드를 방문했다. 위령탑 안에는 그 지역에서 죽은 사람들의 해골로 가득했고 그들이 입었던 부패되지 않은 옷 조각들이 쌓여져 있었다. 우리는 그 살해 현장에서 살아남아 지금은 LA에서 다민족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나는 이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보면서 두 가지 역사 현장이 오버랩되었다.

6.25와 메떼오라 수도원이었다. 나는 전쟁이 일어난 1950년 생이다. 부모님께 6.25 전쟁의 참화를 수 없이 들었다. 그리고 민간인으로서 해군 특전단의 배 선장을 했던 외숙으로부터 6.25 때 동족끼리 자행한 처참한 살육전을 들었다.

그 잔인함은 킬링필드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살해한 숫자가 킬링필드 보다 좀 적을 뿐이었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할 때 그는 잔혹한 짐승 보다 더 악독해 진다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린다면 그는 사랑이 없는 포악한 인간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 현장을 메떼오라 수도원에서 보았다.

메떼오라 수도원 예배당 안을 가득 채운 순교자들의 순교 장면의 그림은 킬링필드나 6.25 참화의 모습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사람을 발가벗겨 두 팔과 두 발을 묶고 쇠꼬챙이를 끼우고 숯불 위에 걸어 놓고 산채로 사람을 구워서 죽이는 장면, 사방의 판자에 긴 못을 박고 그 안에 세워 놓아 지쳐서 주저 앉으면서 찢어져 죽게 하는 방법, 몽둥이로 팔과 다리를 때려서 부러뜨려 죽이는 방법, 쇠꼬챙이로 항문에서 머리까지 관통해서 죽이는 방법…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잔혹할 수가 있을까? 단순히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이 기독교 박해 시대의 모습이다. 함께 간 선교팀과 선교사들에게 나는 킬링필드 보다 훨씬 잔혹한 살해 사건이 기독교 박해 시절이었으며, 그 모습들이 메떼오라 수도원에 그려져 있음을 이야기 해 주었다. 예배당에도 시청각 교육으로 순교사화를 그림으로 벽화를 그려 놓음이 좋겠다는 생각을 메떼오라를 방문했을 때 생각했었다.

한 사람 폴 포트에 의해 이 잔혹한 사건이 시작되었듯이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죄인이 의인이 되고 지옥의 백성이 천국의 백성이 되었다.

이처럼 나 한 사람 때문에 가정이, 교회가, 국가가 행복해 질 수도 있고, 나 한 사람 때문에 참혹한 불행이 불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타적인 사랑의 사람,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랑의 사람이냐? 내가 배타적인 이기적 사람, 내 생각만 하는 좁은 가슴을 가진 욕심 많은 사람이냐? 에 따라서 내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의 행복, 불행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 진다.

짧은 인생 바르게 살자.

2006년 7월6일

신화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