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는 11월-3월까지 싸이클론이 발생한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나는 경험한 적이 없다. 싸이클론이 지나가면 그 섬은 초토화된다고 한다. 피지 한인교회 옆 마당에는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뿌리채 뽑혀 넘어져 있다. 3년 전 싸이클론이 왔을 때 뽑힌 것이라고 한다. 선교사님은 이때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피지 사역을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곳곳에 싸이클론의 피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싸이클론이 일어난 그 해에는 모든 과일이 떨어져서 과일이 금값이 되고,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지금도 싸이클론이 발생할 수 있는 우기철이다. 비도 많고, 바람도 많은 계절이다. 피지에서의 사역뿐만 아니라 6개국 모두가 이 싸이클론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싸이클론이 발생하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꼼짝 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사역 또한 불가능한 것이다. 

피지 사역 마지막 날이 주일이다. 오전 9시 30분에 원주민 교회에서 설교하고 다시 11시에 피지 한인교회에서 설교하고, 저녁 6시부터 연합전도집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그리고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긴장이 된다. 비가 와도 실내 예배는 가능하지만 노천에서 하게 될 연합전도집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도밖에 없다. 원주민교회를 찾아가는데도 네비게이션이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운전하는 분이 정확히 지리를 알지 못해서다. 드디어 피지 한인교회 넓은 마당에서 연합전도집회시간이 다가왔다. 운동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설치도 하고, 앰프 시스템도 설치하였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준비하는 선교사님은 흥분이 되어 있다. 그런데 하늘은 시커멓고,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만일에 비가 쏟아지면 낭패다. 싸이클론이 온다면 더 큰일이다. 주여! 복음이 증거될 수 있도록 날씨를 주관하소서. 운동장 가득히 모여든 사람들,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모여든 20여명의 목사와 성도들, 그리고 현지 교회 찬양팀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빗방울은 여전히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춤추며 찬양하게 한 후, 메시지를 선포하였다. 더운 지방,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지만 집회를 진행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도리어 시원한 날씨가 되어서 말씀을 듣는 데 최상의 날씨가 되었다.

AWMJ 사역 6개국이 마치는 날까지 싸이클론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 놈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숨어 있는 도전 정신이 발동한 것이다.

2016년 11월 6일

피지에서

영해 신화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