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광야에 흑인들이 모였다.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곁에 있는데도 검은 옷에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대중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할 수가 없다.

안수기도가 시작되었다. 몰려드는 군중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현지 목사님들과 선교팀이 모두 나서서 안수기도를 시작하였다.

그래도 무대 앞에는 조명들이 있기에 사람을 구별할 수는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기도받으러 몰려온다.

이 추운 겨울에 광야에서 서서 세 시간 이상을 찬양하고 춤추고 설교를 듣고 지금 기도받겠다고 모여든다.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광경이다.

모여드는 무리는 틈사이도 없이 계속 물밀듯이 밀려온다.

키 큰 사람들은 조명 등에 그 얼굴이 비쳐져 머리에 손을 얻고 기도하기가 쉽다. 그런데 키가 작은 사람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머리에 손을 얻어 “충만케 하소서” 한마디만 하고 손을 옮기는데도 계속해서 밀려온다. 이때 어른들 틈 사이 아이가 와서 안수기도를 받고 싶어 하는데 보이지 않아 못하고 있으니까 내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이때부터 내 앞에 아래 쪽을 더듬으니 그곳에 어린아이나 키가 작은 사람이 어김없이 있었다.

안수기도 하다가 감동의 눈물도 있었지만 아래쪽을 더듬는 내 모습과 보이지 않는 흑인들과의 집회가 참으로 행복했다.

아래쪽에도 작은 무대가 있어서 내가 무대 위에 서면 키큰 사람들은 내 눈 아래 그 머리가 보이지만 키 작은 사람이나 아이들은 허리아래에 있기에 더듬어 머리를 만져야만 안수할 수 있었다.

안수기도가 끝난 뒤 찬양하며 춤추는 이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자동차 안에서 김상선 목사가 비디오 촬영을 한 것을 보면서 박장대소한다.

화면을 보니까 춤추며 찬양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별나게 높이 뛰며 손을 흔들며 찬양하는 여인을 보면서 웃는 것이다.

함께 웃으면서 안수 기도 때 보이지 않아서 더듬어서 안수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다시 행복한 폭소를 터트렸다.

캄캄한 밤 검정 옷을 입은 검은 피부의 사람들과 추운 겨울에 행복한 집회는 영원한 추억이 될 것이다.

2009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