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란 단어가 없는 나라

AWMJ 사역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선교의 기초자료가 되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 기독교, 선교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녹화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선교사님들이 잘못 이해하든지, 아니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수준 낮은 강사를 섭외하거나 아니면 전공과 다른 교수를 섭외하거나, 강의 여러 개를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들이 있다. 이때 마다 마음이 크게 상할 때가 있다. 피지에서도 각 과목마다 교수를 섭외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독교와 선교 강의를 맡은 분이 초상이 나서 못 오게 되어 피지 국제대학 ‘사라’라는 교수에게 전체 강의를 맡겼다고 한다.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강의는 피지 국제대학 강의실에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도착하니 대학생들이 가득하다. 넓은 강의실에 간식도 준비되고, 에어컨도 잘 나온다. 프로젝트도 준비된 강의실이다. 사라 교수는 여자인데, 은퇴하고 지금 명예교수로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역사와 문화, 경제를 강의하고 기독교 역사를 강의했다. 못마땅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서 기막힌 내용 하나를 듣게 되었다. 그 강의 내용이 지금까지 못마땅해 하며 상한 내 마음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 내용인 즉 피지에 외지인들이 들어오기 전, 피지인들만 살 때 피지 언어에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에덴 동산에 ‘죄’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런데 사탄이 들어오고 타락이 시작되면서 죄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이와 같이 피지라는 나라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너무나 좋은 자연 조건에서, 바다에 가면 고기가 있고, 들에는 열대 과일이 있기에 그들은 가난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종족이었다. 고기를 잡든지, 과일을 따도 누구의 소유가 없는 공동 소유이기에 자연스럽게 같이 먹게 되었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들어 오고, 착취를 하게 되고, 개인 소유화되면서 가난이라는 단어도 생기고 상대적 가난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천국 같은 피지, 공산의 세계 피지.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는 피지. 상대적 빈곤이 없는 피지. 이 곳을 외지인이 망쳐 놓은 것이다. 천국은 '가난'이란 단어가 없는 곳이다. 공동의 소유이고, 부족을 느끼지 않는 곳이다. 그곳이 어디든 천국이다. 우리가 장차 들어가는 천국도 상대적 빈곤이 없는 나라이다. 그 나라에서 살고 싶다.

2016년 11월 4일

피지에서

영해 신화석 목사